샌프란시스코 여행을 계획하면서 머릿속에 온통 Swan Oyster Depot 생각뿐이었던 나란 사람.
사실 이곳을 알게 된 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때문이었다. Bob이라는 아저씨가 나오는 맛집 탐방 다큐였는데, 영상 속에서 해산물을 먹으며 황홀해하는 표정을 보고 홀린 듯이 저장해버렸다.
방문 전 꼭 체크! 극악의 영업시간
여행 준비를 하며 알아보니, 이곳 방문 난이도가 상상 초월이다.
- 영업시간: 오전 8:00 ~ 오후 2:30 (충격적인 영업시간)
- 휴무: 일요일
- 예약: 불가 (무조건 워크인)
우리가 샌프란시스코에 머무는 동안 일정이 정말 빡빡했는데, 하필 일요일이 껴있고 평일엔 오후 2시 반이면 문을 닫아버리니 도저히 각이 안 나오는 상황.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내가 아니지. '여기 못 가면 한국 가서 엉엉 울지도 몰라'라는 생각으로 일정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쳤다. 다른 관광지 쿨하게 포기하고 오로지 굴 하나 먹겠다는 일념으로 월요일 오전 시간을 비워버림.
웨이팅, 그리고 뜻밖의 만남
"평일 오전이니까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오전 11시쯤 도착했는데... 세상에, 이미 가게 앞은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줄 서서 기다리다가 앞뒤 사람들이랑 자연스럽게 스몰토크를 하게 됐는데, 당연히 관광객일 줄 알았더니 샌프란시스코 현지 주민들이 훨씬 많아서 놀랐다. 이 동네 살거나 혹은 조금 먼 곳에 사는데 일부러 시간내서 왔다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벌써 10년 넘게 단골이라던 아저씨도 있었는데, 우리한테 Sicilian Sashimi는 꼭 먹어야 한다고 강추해줘서 당연히 먹어버림.
현지인들이 연차까지 쓰고 오는 곳이라니. 진짜 로컬 찐맛집이구나 싶어서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기는커녕 기대감만 폭발했다.


한참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입장! 내부는 정말 좁다. 테이블은 따로 없고 긴 바(Bar) 형태의 좌석 10여 개가 전부.
다닥다닥 붙어 앉아야 하지만,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인테리어와 활기찬 직원들의 에너지가 어우러져서 분위기가 미쳤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도 엄청 좁거나 오래되어보이는 곳을 "맛집"느낌 난다고 좋아하는 편인데, 서양 버전의 할머니 맛집 느낌이었다랄까;;
알고 보니 이곳은 3대째 이어지는 가업이라고 한다. 어떤 할아버지가 처음 차려서 7형제에게 물려줬고, 그걸 또 아들들이 나와서 일을 배우고... 실제로 손자로 추정되는 어린 친구들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족들이라 그런지 손발이 척척 맞는 게 신기했다.
아, 그리고 가족은 아니었지만 쉐프로 일하는분이 한 명 계셨는데 그분이 진짜 잘생기셨다... (사심 가득한 TMI)
극락 체험: 메뉴 추천 & 맛 평가
자리에 앉자마자 홀린 듯이 메뉴를 주문했다.



- 신선한 굴 (Mixed Oysters): 종류별로 시켰는데, 진짜 신선함 그 자체. 입에 넣자마자 바다 향이 확 퍼지면서 녹아 없어진다.
- Sicilian Sashimi (시칠리안 사시미): 줄 서 있을 때 현지인 아저씨가 추천해 준 바로 그 메뉴! 얇게 썬 회 위에 올리브 오일, 케이퍼, 다진 양파가 올라가 있는데... 와, 이건 진짜다. 굴만 먹지 말고 이거 꼭 드세요. 감칠맛 폭발함.
- Combination Salad (콤비네이션 샐러드): 새우랑 게살이 산더미처럼 쌓여서 나오는 샐러드. 진짜 재료를 아끼지 않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소스랑 버무려 먹으면 상큼하니 입맛 돋우기에 최고.


사실 여기 Crab Back(게 등딱지 요리)이 엄청 유명해서 꼭 먹고 싶었다. 우리 옆에 앉은 현지인들이 너무 맛있게 먹고 있길래 "저거 주세요!"라고 했는데... 세상에, 이미 재료 소진(Sold Out)이라고... 😭 오전에 왔는데도 못 먹다니, 이게 말이 되나 싶었지만 어쩔 수 없지 대신에 게살다리같은거 시켜먹었는데 그것도 입에서 녹는다ㅠ_ㅠ.
클램챠우더 스프도 시켜먹었는데... 사진은 그냥 스프이지만 Swan Oyster Depot에서 그냥 그런 메뉴는 하나도 없다 그냥 무조건 시켜드세요 제발...
솔직히 여행 와서 굴 많이 먹으면 탈 날까 봐(노로바이러스 무서워...) 걱정했는데, 걱정한 게 민망할 정도로 노로바이러스 1도 없었다. 너무 신선해서 배가 터지도록 먹었는데 속이 아주 평온함. 그저 갓벽한 식사였다.
여담
음식이 너무 맛있고 분위기가 좋아서 술을 안 마실 수가 없었다.
기분이 너무 업된 상태에서 마시다 보니 술이 술술 들어가고... 시간은 대낮인데... 낮술은 도파민을 끌어올려...
취한 와중에 화장실을 갔다가 우연히 쉐프 아저씨랑 마주쳤는데, 술기운에 주접모든 ON해버려서 미친 대화를 나눠버리고... 아저씨도 기분이 좋으셨는지 나랑 급 친해져서 갑자기 주방 냉장고 구경을 시켜주심...!!

사실 냉장고가 뭐 별거 있겠냐만은 이렇게 유명한 맛집의 냉장고를 구경하다니 뭔가 신기하기도 하고 특별한 경험이었다랄까...
아저씨랑 냉장고 안에서 같이 찍은 셀카도 있지만 그건 내가 너무 취객으로 나와있어서 패스...
총평
샌프란시스코에 간다면 일정을 억지로 조정해서라도 Swan Oyster Depot은 꼭 가봐야 한다. 화려한 파인 다이닝은 아니지만, 이 도시의 활기찬 매력과 신선한 해산물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팁: 카드 결제 절대 안 됨! 현금 두둑이 챙겨가시길.
- 주소: 1517 Polk St, San Francisco, CA 94109
- 추천: 굴(Oysters), Sicilian Sashimi, Anchor Steam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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